[한국 경제의 희망, 强小기업] (47) 화장품·의약품 제조 ‘한국콜마’
“기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대상은 ‘사람’입니다. 중소기업일수록 사람을 더욱 중요하게 여겨야 해요.
사람이 없다고 할 것이 아니라 있는 사람들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기업가가 할 일입니다.”
화장품 제조업체 한국콜마 윤동한(63) 회장이 말하는 기업가 정신이다. 윤 회장은 사람을 중심에 두는 자신의 경영
철학을 ‘유기농 경영’이라고 표현한다.
윤 회장은 “유기농 경영이란 원칙과 기본에 충실하면서 환경에 맞게 개선, 창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경쟁력은 인위적인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직원 개개인이 자신에게 걸맞은 환경에서 자생력을 길러야
가능한 것이고, 이를 위한 터전을 제공하는 것이 기업가의 할 일이라는 것이다.
윤 회장은 “사람은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의 대상이라는 것, 사람마다 갖고 있는 고유의 능력을 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경영자의 사명”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콜마는 국내 최대 화장품 제조업체다. 자체 브랜드가 없는 ODM(제조자 개발생산) 업체지만 화장품 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회사다. 대형마트나 화장품 전문점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많은 국내 중소기업 화장품을 한국콜마가
생산하고 있다. 유명 피부과 등이 만든 브랜드의 화장품 가운데 상당수도 한국콜마 생산품이다.
한국콜마는 회사가 생긴 이래 단 한 번도 마이너스 성장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매출액은 1880억원이었다.
1990년 첫걸음을 뗄 때 매출액 10억원이었던 한국콜마는 20년 만에 매출액 규모 2000억원에 육박하는 중견기업이 됐다.
연 평균 매출 성장률은 약 31%다. 올해 목표 매출액을 2300억원으로 잡고 있는 한국콜마는 상반기 성장세를 보면
목표 달성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콜마는 매년 전체 임직원의 5∼10%씩 신입사원을 뽑는다. 지난 6월에는 임직원 500명의 10%인 50명을
대졸 신입사원으로 뽑았다. 매출액 1조원이 넘는 대기업 중에도 1년에 50명을 채 뽑지 않는 곳이 있는 걸 감안하면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서고 있는 셈이다. ‘유기농 경영’을 실천하는 한국콜마의 신입사원들은 입사 첫해 2박3일 동안
45㎞ 행군이라는 이색 체험을 하게 된다. 입사 동기들과 함께 걸으면서 생각을 가다듬고 마음을 다지고 체력을
키우도록 하는 것이다.
신입사원 행군에는 윤 회장도 어김없이 동참한다. 직원들이 윤 회장과 몸으로 부대끼는 일은 입사했을 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윤 회장은 매년 12월이면 직원들과 산에 오른다. 매주 금요일마다 하는 지역사회 봉사활동에도 때때로 참여한다.
이 봉사활동은 근무시간 도중에 이뤄진다. 보통 정기적인 기업의 봉사활동이 주말을 이용해 이뤄지는 반면 한국콜마는
금요일 오전과 오후 시간에 이뤄지는 봉사활동을 근무 시간으로 인정한다. 한국콜마의 모든 임직원은 1년에 6권 이상 책을 읽는다.
유기농 경영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000년부터 시행 중인 ‘북스쿨’ 제도 덕이다. 모든 임직원은 북스쿨 회원이고
1년에 6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책 한 권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것이 1학점이다.
처음에는 억지로 참여했던 직원들도 이제는 즐거운 마음으로 책 읽기에 동참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콜마 직원들은 자기계발과 사회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이런 회사 문화는 회사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한국콜마는 2003년부터 제약산업에 뛰어들었고, 2007년 중국 법인을 만들어 해외 진출에도 힘쓰고 있다.
일본콜마와 글로벌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해 세계 화장품 시장 동향과 유행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브랜드 파워가 강하지는 않지만 세계적인 기술력을 앞세워 세계 최고의 화장품 제조업체가 되겠다는 것이 한국콜마의 목표다.
윤 회장은 “우선 3∼4년 안에 매출액 5000억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우리가 가진 인적 자원과 20년 동안
쌓은 기술 노하우로 화장품과 의약품 생산에서 세계 최고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국민일보, 2010-09-05)